호박의 여름
안녕하세요.
오늘은 호박의 여름입니다.
표지의 동화 같지만 어딘가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표지가 이끌리네요.
1980년에 야마나시현에서 출생.
2004년 『차가운 교사 때는 멈춘다』로 제31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고 데뷔. 11년 『쓰나구』로 제3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12년 『열쇠 없는 꿈을 꾼다』로 제147회 나오키상, 18년 『거북이의 고성』으로 제15회 서점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인 나오키상과 서점 대상을 수상하신 거장이십니다.
일본은 물론 한국 독자들에게도 사랑받는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신작 장편소설 호박의 여름이 출간되었습니다.
2년만의 장편소설이네요.
옛 여름학교 터에서 어린 소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백골 사체가 발견된다. 이 백골이 자신의 손녀가 아닌지 확인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변호사 노리코. 사실 이 여름학교는 노리코에게도 추억이 깃든 장소다. 혹시 이 백골은 어린 시절의 친구 ‘미카’의 것이 아닐까? 30년 전 여름에 있었던 ‘그 사건’의 진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기억 속에서 부딪히고 엇갈리던 진실도 조금씩 선명해지는데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린 소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백골 사체가 발견됩니다.
이야기는 변호사 콘도 노리코와 미래의 학교 사무국의 다나카가 회의실에서 마주하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되죠.
미래의 학교의 흔적으로부터 발견된 시신이 자신의 손녀일지도 모른다」라고 하는 의뢰인의 요구를 받은
변호사 노리코는 대리인으로서 타나카의 곁을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미래의 학교>. 거기에는 목조의, 나무 새는 날이 예쁜 <배움터>, 숲 속 길 없는 길 끝에 있는 푸른 지붕의 <공장>,
선생님과의 <문답>, 숲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샘>이 있었다는 것을 노리코는 생각합니다.
사건의 발단은 단체시설 터에서 여아의 시신 발견이 보도된 것이었습니다.
현장은, 시즈오카현내에 있는 <미래의 학교>의 흔적입니다.
2001년에 <미래의 학교>에서 판매하는 음료수에 불순물이 혼입 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2002년 폐쇄될 때까지 <미래의 학교>에서는
많게는 1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공동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컬트적인 단체가 일으킨 사건으로 보도된 이번 시신 발견.
그러나 노리코가 아는 <미래의 학교>와 <컬트적>이라는 말은 결합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노리코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매년 <미래의 학교>에 가서 여름방학 한 주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냥 화면 건너편에서 <미래의 학교>라는 이름을 들을 때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더 말하면 잊고 있었다는 인식조차 없었습니다.
당시 노리코로 치면 그건 아주 큰 일이었을 텐데 지금까지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단숨에 기억의 문이 열립니다.
시신 발견 소식으로부터 1개월 가까이 경과했을 무렵,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신은 30년 가까이 된 것, 나이는 아마 8세에서 12세,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 정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노리코는 올해 40살이 됩니다.합숙하러 간 여름은 10살에서 12살이죠.
시신으로 발견된 여아는 살아 있으면 노리코와 동갑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리코가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미카짱'이었습니다.
시신은 자신이 아는 아이가 아니길, '미카 짱'이 아니면 돼요.
초등학교 시절의 노리코는 공부는 잘하지만 '수수한 아이'로 분류되는 유형이라 친구도 별로 없었습니다.
반 친구에게 권유받아 간 <미래의 학교> 합숙입니다.
친구가 생길까 불안한 노리코에게 말을 걸어준 게 '미카짱'이었습니다.
미카는 합숙에만 온 노리코와는 달리 부모와 떨어져 <미래의 학교>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동갑인데도 노리코에 겐 너무 든든하게 느껴졌어요.
5학년 여름에도, 6학년 여름에도 노리코는 미카가 보고 싶어서 합숙을 갔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합숙에서 노리코는 미카를 만나지 못했어요. 많은 아이들 중에, 미카는 없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첫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의뢰인뿐만 아니라 노리코 역시 시신은 자신이 알고 있는 '그녀'일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나카에게 정보를 요구하자 내뱉듯이 다나카는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계속 내버려 두라면서요.
노리코는 이 말이 자신을 향한 것처럼 느꼈습니다. 백골 시체가 발견되기 전까지 그곳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비난받은 것이다,라고. 노리코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 중얼거림은 마음 깊은 곳에 꽂혀 있었습니다.
기억하기를 멈추고 추억을 결정화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호박에 갇힌 곤충 화석처럼요.
상처받지 않는 곳에서 호박 속에 틀어박힌 자신의 추억을 보며 감상에 젖어 있었다는 것을,
간파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츠지무라 작가님은 「자기 안에 있는 어린 시절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썼습니다」
라고 코멘트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호박에 봉한 추억은 있을지도 모릅니다.
중간까지 희미하게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간다고 전해 두고 싶습니다.
청춘기의 지나가는 나날을 서서히 그려내는 필력은 작품 내에서도 건재하지만,
전작 카가미의 고성에서 볼 수 있는 판타지적 요소는 없습니다.
꽤 진지한 사회파 작품이며, 미스터리 요소가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합니다.
수상한 <미래의 학교>에 숨겨진 기만, 거기서 인생을 마친 아이들의 비애,
그것만으로 충분한 비 평성을 가진 작품이 될 것입니다.
다의적으로 다면적으로, 시점을 바꾸고, 장면을 바꾸고, 하나의 사물을 부수고 쌓아 올려,
다양한 각도로부터 해석하는 철저함에 경탄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평가하고 때때로 단죄하고 규탄할 때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이 흘러내리고 있는지..
<미래의 학교>에서 자주 사용되는 지도법, 문답, 본작 자체가 바로 문답이며,
그것은 항상 모든 장면에서 제시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에, 그리고 우리 독자에게, 그런 문답의 끝에서 초라해지면서,
등장인물들의 생각에 접하며 가슴이 미어지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번 작품은 츠지무라 작가님의 작품 내에서도 1,2위를 다툴 것이라고 생각이 되네요.